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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히로시마 여행에서 반나절 더 — 미야지마 이쓰쿠시마 신사, 조수가 만드는 풍경

히로시마 원폭돔을 다 보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려다 잠깐 멈췄다. 지도를 보니 미야지마가 거기서 30분 남짓.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고, 일본 3경 중 하나인데 이대로 지나치는 게 맞나 싶어서 발걸음을 돌렸다. 결과적으로 그 즉흥적인 결정이 이번 일본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잘한 선택이 됐다.


섬으로 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다

미야지마는 섬이다. 히로시마역에서 JR 산요본선을 타고 미야지마구치(宮島口)까지 약 25분, 거기서 페리로 약 10분이면 닿는다. 갑판에 서서 섬이 점점 가까워지는 걸 바라보는 그 10분이 생각보다 설렜다. 멀리서도 미센산 능선이 또렷하고, 섬 가장자리로 붉은 도리이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페리 표를 끊을 때 영수증을 보면 방문세 100엔이 포함돼 있다. 2023년 10월부터 섬을 찾는 사람에게 1인당 100엔씩 받기 시작한 것인데, 연간 패스는 500엔이다. 섬의 환경과 신사를 지키기 위한 비용이라고 하니 군말 없이 내게 되는 돈이었다.

구간 교통편 소요시간 메모
히로시마역 → 미야지마구치 JR 산요본선 약 25분 JR 패스 이용 가능
미야지마구치 → 섬 JR·마쓰다이 페리 약 10분 방문세 100엔 포함

대도리이 — 바다 위에 서 있는 16미터짜리 붉은 문

섬에 내려 해안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대도리이(大鳥居)**가 눈에 들어온다. 높이 약 16미터. 사진으로 보면 도리이가 작게 느껴지는데, 실제로 서 보면 그 크기와 위압감이 전혀 다르다.

마침 방문했을 때는 **2019~2022년 약 3년 반에 걸친 '레이와 대보수'**가 막 끝난 직후였다. 오랫동안 비계(가림막)에 싸여 있었다는 도리이의 주홍색이 유난히 선명하고 깨끗했다. 운이 좋았다.

미야지마 도리이를 이야기할 때 조수를 빠뜨릴 수 없다.

만조 때는 도리이가 바닷물 위에 둥실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포스터나 SNS에서 보던 그 장면이다. 간조 때는 물이 쭉 빠져 갯벌이 드러나면서 도리이 바로 아래 기둥까지 걸어갈 수 있다. 거대한 기둥을 코앞에서 올려다보는 감각은 만조 때와 전혀 다르다.

그날 갯벌 위를 걸어 도리이 가까이 다가가 봤는데, 기둥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훨씬 굵고, 나무결이 선명하게 보였다. 가능하면 만조·간조를 모두 볼 수 있도록 섬 체류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잡는 걸 추천한다. 방문 전에 그날의 조수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신사, 사슴, 그리고 오모테산도

섬에 내리면 바로 사슴이 보인다. 나라처럼 먹이를 주는 문화가 아닌데도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문제는 종이 냄새나 간식 냄새를 맡으면 그 자리에서 물고 가버린다는 것이다. 지도와 간식은 가방 안에 넣어두는 게 좋다.

이쓰쿠시마 신사는 해상 신사다. 해수면 위에 세워진 붉은 회랑과 본전을 걷다 보면, 만조 때는 발 아래로 물이 찰랑거린다. 신사 옆 오층탑과 **센조카쿠(천첩각)**도 빠뜨리기 아깝다. 센조카쿠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었다는 미완성 누각인데, 규모가 상당하고 내부도 볼 수 있다.

오모테산도 상점가는 신사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다. 미야지마 하면 모미지 만주인데, 갓 구워 따끈할 때 먹는 게 진짜다. 단팥·커스터드·초코 세 가지 중에 커스터드 쪽이 인기가 많다. 요즘은 튀긴 아게모미지도 줄을 설 만큼 잘 팔린다. 히로시마권답게 굴 구이도 상점가 곳곳에서 파는데, 숯불에 구운 굴 한 접시를 그 자리에서 먹는 게 별미다.


여기까지 왔다면 미센산도

체력이 된다면 미센산(弥山, 해발 535m) 정상까지 오르길 권한다. 로프웨이로 중간까지 오른 뒤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걸으면, 세토내해의 섬들이 점점이 박힌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신사만 보고 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미야지마를 만날 수 있다.

다만 로프웨이는 운행시간이 따로 있고, 날씨 영향도 받는다. 방문 당일 오전에 한 번 확인하는 게 좋다.


반나절로도 충분하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주요 명소만 보면 반나절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조수 변화를 모두 보고, 미센산까지 오르려면 하루를 잡는 게 맞다. 히로시마 원폭돔과 미야지마를 같은 날 묶어서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체력 소모가 상당하니 여유 있게 일정을 짜는 것을 권한다.

2024년 6월 실제 방문 기록이다. 페리 운임·로프웨이 운행시간·조수 시간표는 시기마다 달라지니, 방문 전 공식 사이트에서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