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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건물 틈으로 기어드는 건 로봇이 아니라 바퀴벌레다

테크/과학

by 잘난코 2026. 7. 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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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주저앉은 콘크리트 더미 속, 사람 손도 로봇 팔도 닿지 않는 몇 센티미터짜리 틈이 있다. 그 어둠으로 손가락만 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등에 작은 전자 배낭을 짊어진 채 기어든다. 배낭 안에는 적외선 카메라와 마이크, 이산화탄소 센서가 들었고, 밖에 있는 구조대는 그 신호를 받아 저 아래 아직 숨 쉬는 사람이 있는지 가려낸다. 공상과학 장면이 아니라 싱가포르 난양공대(NTU)와 일본 연구진이 지금 실제로 밀어붙이는 '사이보그 곤충'의 현재다.

정밀 로봇을 두고 하필 살아있는 벌레를 쓰는 이유

사이보그 곤충의 조종 전극·센서 배낭·태양전지·조종자 신호 수신을 설명하는 개념 도해

이 대목에서 먼저 걸리는 질문이 있다. 화성에 로버를 보내는 시대에 왜 하필 벌레인가. 답은 에너지와 몸에 있다. 손톱만 한 로봇을 만들면 다리를 움직일 모터와 그걸 돌릴 배터리를 통째로 실어야 하고, 그 무게와 전력 소모 탓에 작동 시간이 몇 분에서 길어야 수십 분에 그친다. 지금 나온 가장 작은 보행 로봇도 잔해 위를 넘는 일에는 여전히 서툴다. 반면 살아있는 곤충은 이동이라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이미 풀어둔 몸이다. 근육은 곤충이 먹은 먹이로 돌아가니, 연구진이 대는 전기는 방향을 트는 자극 정도면 된다. 일본 리켄(RIKEN)이 바퀴벌레 등에 얹은 초박막 태양전지 모듈은 17.2mW를 냈는데, 기존 곤충용 에너지 수확 장치의 50배가 넘는 값이고 배낭은 한 달 넘게 등에 붙어 있었다. 울퉁불퉁한 잔해 위에서 균형을 잡고 좁은 틈을 비집는 기동성만 놓고 보면, 수억 년 진화가 다듬은 몸을 그램당 성능으로 이길 로봇이 아직 없다.

등에 붙은 배낭이 사람을 찾아내는 방식

바퀴벌레가 뽑힌 데는 이유가 있다. 어둠 속에서 활발하고, 좁은 틈을 잘 지나가며, 웬만한 충격에도 잘 죽지 않는다. 조종은 더듬이나 꼬리털 근처에 전극을 대고 약한 전기 자극을 주는 식이다. 자극을 받은 쪽으로 곤충이 몸을 틀면서 대략의 방향이 잡힌다. 그 위에서 배낭이 일한다. NTU 연구에서 배낭은 움직임과 이산화탄소, 열을 읽어 생존 신호를 잡고, 적외선 카메라는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을 87% 정확도로 구분했다. 연구진은 5제곱킬로미터를 훑는 데 바퀴벌레 500마리를 푸는 그림을 그린다. 남는 문제는 배낭을 일일이 붙이는 손품인데, 이건 자동화 장치가 한 마리에 약 1분 8초, 사람이 하던 것보다 60배쯤 빠르게 처리한다.

물에 잠긴 잔해를 노린 방수복이라는 최근 수

이번에 화제가 된 건 여기에 방수복을 입힌 연구다. 보도와 논문(Nature Communications, NTU와 와세다대 공동)에 따르면, 산소 발생 탱크와 촉매를 코팅한 스펀지, 실리콘 산소 공급관으로 짠 유연한 슈트를 마다가스카르 히싱 바퀴벌레에 씌워 최대 세 시간까지 물속에서 버티게 했다. 침수된 지하나 물이 찬 잔해는 일반 로봇이 못 들어가는 사각지대라, 바로 그 틈을 사이보그 곤충으로 메우겠다는 발상이다. 연구진의 사이보그 곤충은 2025년 미얀마 규모 7.7 지진 대응(작전명 라이언하트)에 실제 투입됐다고 한다.

징그러움과 경이로움 사이에서 내가 걸리는 지점

솔직히 이 기술 앞에서 두 감정이 동시에 온다. 무너진 건물 아래 갇힌 사람을 몇 시간 안에 찾아낼 수 있다면, 벌레의 신경에 전기를 흘리는 일쯤은 값이 싸 보인다. 그러면서도 걸린다. 살아있는 생명의 신경을 밖에서 조작해 원하는 곳으로 몬다는 것은, 상대가 곤충이라 해도 도구와 생명의 경계를 흐린다. 자극을 반복하면 곤충이 점점 반응하지 않는 습관화도 아직 안 풀린 숙제고, 재난 구조용으로 다듬은 이 기술이 감시나 정찰 같은 다른 용도로 넘어가는 건 순식간이다. 그래서 나는 이걸 마냥 반기지도, 무작정 밀어내지도 못한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이 벌레떼가 사람을 살리는 자리에만 쓰이도록 선을 긋는 일은, 기술을 만드는 쪽이 아니라 그걸 허락하는 우리 몫으로 남는다.


참고: A diving suit for cyborg cockroaches (TechXplore) · NTU: cockroaches as cyborg insects for search and rescue · RIKEN robobug: rechargeable, remote-controllable cyborg cockro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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