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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ot이 AI 바이브코딩 PR을 받지 않기로 했다

테크/AI테크

by 잘난코 2026. 7. 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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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듬는 코드 가지와 막힌 AI 코드 가지를 대비한 일러스트

얼마 전 바이브코딩을 주제로 누군가와 이야기할 일이 있었다. 그때 나온 질문이 하나 있었다. "코드 몰라도 바이브코딩 되나요?" 내 답은 이랬다. 작은 도구는 된다. 체크리스트 페이지나 사진 크기 줄이는 툴 정도는 코드를 몰라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규모 있는 서비스에는 구조를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답을 하고 얼마 안 지나서, 오픈소스 게임엔진 고도(Godot)가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 걸 봤다.

무엇을, 왜 막았나

고도는 'Slay the Spire 2', 'Brotato' 같은 게임을 돌리는 오픈소스 엔진이다. 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Godot Foundation이 공식 블로그에 정책 하나를 올렸다. 자율형 AI 에이전트나 바이브코딩으로 만든 풀리퀘스트를 앞으로 안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공지에 박힌 문구는 이랬다. "AI cannot take responsibility, and we can't trust heavy users of AI to understand their code enough to fix it(AI는 책임을 질 수 없고, AI를 많이 쓰는 사람이 자기 코드를 고칠 만큼 이해하고 있다고 우리는 신뢰할 수 없다)."

배경은 한동안 쌓여 있었다. AI가 대량으로 뽑아낸, 이른바 'AI 슬롭' 풀리퀘스트가 밀려들기 시작했고 코드 리뷰어들은 그 물량을 감당하며 지쳐갔다. 리뷰어가 피드백을 줘도 AI 기여자에게는 그 피드백이 실력으로 안 쌓였다는 점도 컸다. 사람이 짠 코드에 지적을 하면 다음번엔 나아지는데, AI가 짠 코드는 지적해도 그 사람의 다음 PR이 나아지지 않았다. 멘토링이 성립하지 않는 관계였던 셈이다.

이 소식은 기가지네뿐 아니라 PC게이머, 코타쿠, 더레지스터 같은 매체까지 일제히 받아 썼다. 게임 엔진 하나의 내부 규정치고는 반응이 컸다는 뜻이다. 정책 자체는 전면 금지가 아니다. 자동완성이나 검색·치환, 기계 번역(원문을 사람이 썼다는 전제로) 같은 보조 기능은 허용한다. 막힌 건 자율형 에이전트가 통째로 만든 PR과, 코드를 AI에 맡겨 생성한 바이브코딩 제출이다. 흥미로운 건 이 금지선이 코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PR 논의나 이슈 댓글 같은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에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쓰는 것도 함께 막았다. AI를 썼다면 PR에서 반드시 밝히게 했고, 신규 기여자는 큰 기능 추가나 리팩토링 대신 버그 수정과 문서화부터 시작하도록 못 박았다.

고도만의 판단이 아니다

같은 시기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곳이 고도만은 아니었다. PlayStation 에뮬레이터 프로젝트와 PS3 에뮬레이터 팀, 휴대용 게임 콘솔 Playdate를 만드는 회사도 AI 생성 기여물에 비슷한 수준의 제한을 걸었다. 유지보수자가 소수인 오픈소스·소규모 팀일수록 이 문제에 먼저 부딪히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일반 조직보다 이 문제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회사 안에서는 리뷰어와 기여자가 한 팀으로 묶여 책임을 나눠 지지만, 오픈소스는 전 세계에서 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와 코드를 던지고 사라진다. 그 관계 안에서 "이해 못 하는 코드"가 쌓이면, 결국 그 부채를 떠안는 건 소수의 유지보수자들이다.

내가 강의에서 했던 답과 같은 기준이다

이게 내가 그때 답했던 말과 정확히 같은 구조다. 나는 '작은 도구 vs 큰 서비스'로 선을 그었고, 고도는 '보조 기능 vs 자율 에이전트 통째 생성'으로 선을 그었다. 표현은 다른데 기준은 같다. 결과물의 규모나 생성 방식보다, 그 코드를 만든 사람이 결과물을 진짜로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것. AI에게 일을 맡길 때 권한과 판단은 다른 문제라는 말도 결국 같은 얘기다. 나는 지금도 매일 Claude Code로 코드를 짜고 이 블로그 글도 상당수 그렇게 뽑는다. 그런데 나는 그 결과물을 읽고, 왜 그렇게 짰는지 설명할 수 있고, 잘못되면 고칠 줄 안다. 고도가 막으려는 건 AI 사용 자체보다, 자기가 만든 걸 이해하지 못한 채로 세상에 내놓는 그 마지막 단계였던 거다.

그때 세웠던 기준이 얼마 뒤 전혀 다른 커뮤니티에서 똑같이 등장하는 걸 보니, 이게 어느 한 곳의 정책이 아니라 AI 코딩 시대 전체가 자연스럽게 수렴하는 기준이라는 확신이 조금 더 생겼다. 바이브코딩으로 뭔가를 만들고 있다면, 지금 만드는 게 "안 써도 되는 작은 도구"인지 "이해하고 책임져야 하는 서비스"인지부터 자문해볼 일이다.

원문 정책은 갱신될 수 있으니 정확한 조항은 Godot Foundation 공식 공지에서 다시 확인하는 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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