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출국세가 어제(7월 1일)부터 세 배로 뛰었다. 1,000엔이던 국제관광여객세가 3,000엔이 됐다. 기사 제목만 보면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일본인도 이제 더 내야 한다"는 게 새로운 규제처럼 읽히는데, 실은 이 세금은 2019년 도입될 때부터 국적을 따지지 않았다. 일본을 떠나는 사람은 여권이 어느 나라 것이든 똑같이 냈다. 대상은 그대로고, 이번에 바뀐 건 액수뿐이다.
그런데도 이 인상은 별로 화제가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징수 방식에 있다. 이 세금은 공항 창구에서 따로 내는 돈이 아니다. 항공사가 항공권 가격에 미리 얹어서 팔고, 여행객은 그냥 표를 산다. 나도 재작년 여름, 후쿠오카로 들어가서 규슈와 오사카, 도쿄를 거쳐 삿포로 근처 신치토세공항까지 86박을 채우고 한국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 그 마지막 항공권을 결제할 때 출국세를 따로 의식한 기억이 없다. 총액만 보고 결제했을 뿐이다. 세금이 눈에 보이는 항목으로 찍히지 않으니 오른 걸 체감할 방법이 애초에 별로 없다.
액수만 놓고 보면 크지 않다. 2,000엔이 늘어난 거고, 편의점 도시락 한두 개 값 정도다. 원화로 치면 3,000엔이 3만 원 언저리, 늘어난 2,000엔은 2만 원이 채 안 된다. 환율 따라 출렁이는 숫자라 정확한 환산은 큰 의미가 없고, 감만 잡으면 된다. 항공권 전체 가격, 숙박비, 신칸센 요금에 비하면 이 인상 하나로 여행 계획을 바꿀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작년 5월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나오던 날, 공항에서 남은 엔화를 털어 컵우동에 오무스비로 마지막 끼니를 때웠다. 인상분 2,000엔은 딱 그 한 끼 값이다. 그 정도 돈이라는 얘기다. 다만 두 가지는 짚어둘 만하다.
하나는 시점이다. 새 세율은 7월 이후 발급되는 항공권부터 적용된다. 이미 6월에 발권을 마친 사람은 옛 세율 그대로고, 지금부터 예약하는 사람은 3,000엔이 붙은 가격을 보게 된다. 다른 하나는 면제 조건이다. 2세 미만 영유아와 24시간 이내 환승객은 이번에도 대상에서 빠진다. 나머지는 전원, 국적 상관없이 낸다.
그리고 이 세금은 일본을 떠나는 그 순간, 딱 한 번만 붙는다. 체류 기간과는 무관하다. 그래서 나처럼 한 번 들어가서 86박을 채우고 나오는 여행자는 출국할 때 딱 한 번만 내면 된다. 후쿠오카를 한 달에 두세 번씩 왕복하는 사람은 사정이 다르다. 갈 때마다 다시 낸다. 인상분 2,000엔은 한 번으로는 작지만, 그렇게 자주 오가는 사람에게는 나갈 때마다 쌓인다.
나도 그 86박 이후로 일본을 또 다녀왔다. 그 작년 5월 오사카 출국이 피치항공(MM709)이었는데, 트랩을 걸어 올라 비행기에 타면서도 세금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 예약 기록을 다시 뒤져보고서야, 그 표에도 당시 세율 1,000엔이 총액 어딘가에 녹아 있었다는 걸 알았다. 두 번 냈는데 두 번 다 몰랐던 셈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은 오버투어리즘이다. 특정 관광지에 사람이 몰려서 생기는 혼잡, 교통, 쓰레기 문제를 완화하는 재원으로 쓰겠다는 거다. 올해 회계연도 기준으로 이 세금으로 걷는 돈을 약 1,300억 엔까지 늘려서, 지방 공항 확충이나 다국어 안내, 지역 버스·철도 증편 같은 데 쓴다는 계획이 나와 있다. 방향 자체는 이해가 간다. 몇 년 전부터 교토나 후지산 근처처럼 특정 지역에 방문객이 쏠리는 문제는 여행 다니면서도 체감했던 부분이다.
같은 오버투어리즘 대응이라도 설계는 나라마다 다르다. 베네치아는 당일치기 방문객에게만 입장료를 걷고, 숙박객이나 현지 거주자는 뺀다. 발리 관광세도 외국인 관광객 전용이다. 일본은 다르게 갔다. 처음부터 국적·거주 여부를 나누지 않고, 출국하는 모든 사람에게 걷는 쪽을 택했다. 관광객만 겨냥하지 않고 자국민까지 같이 부담하게 만든 이 설계가, 이번 인상을 둘러싼 "일본인도 더 낸다"는 반응의 배경이다.
여기서 내가 눈여겨보는 건 액수보다 방식이다. 항공권에 매립된 세금은 저항이 거의 없다. 공항 창구에서 카드를 긁으며 체감하는 지출이 아니다. 애초에 티켓값에 녹아 있어서, 여행자는 오른 걸 알아채기도 전에 이미 그 돈을 낸다. 저항이 적은 인상 방식은 반복되기 쉽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라고 낙관할 근거는 딱히 없다.
그렇다고 이 정도 인상 때문에 일본행을 다시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다음에 항공권을 끊을 때, 총액 숫자 하나로만 보지 말고 그 안에 뭐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한 번쯤 들여다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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