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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37% 더 먹었는데 배출은 줄었다는 구글의 셈법

테크/AI테크

by 잘난코 2026. 7. 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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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게이밍 PC 폐열로 방을 데울 수 있는지 궁금해서 소비전력을 BTU로 환산해본 적이 있다. 그때 배운 게 하나 있다. 숫자가 맞아떨어져 보여도 그 숫자를 무슨 기준으로 쟀는지 확인 안 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돼버린다는 것. 구글이 이번 주 낸 2026년 환경보고서를 읽다가 그 기억이 다시 튀어나왔다. 2025년 전체 전력 사용량이 전년 대비 37% 늘었다는 문장 바로 옆에, 운영 탄소배출은 오히려 2% 줄었다는 문장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전기를 그렇게 많이 더 썼는데 배출은 줄었다니, 계산이 안 맞는 것 같아서 한 번 더 뜯어봤다.

아스테크니카 보도에 따르면 37%는 구글 역사상 가장 큰 연간 증가폭이다. 2019년과 비교하면 총 전력 소비가 250% 넘게 늘었으니 최근 몇 년 사이 그래프가 거의 수직으로 꺾인 셈이다. 데이터센터만 떼어 보면 2024년 한 해에만 30.8테라와트시를 썼는데, 이건 2020년의 두 배가 넘고 아일랜드라는 나라 하나가 1년 동안 쓰는 전력량에 맞먹는다. 숫자가 하도 커서 감이 안 잡히길래 예전에 PC 폐열 계산할 때 쓰던 방식으로 다시 환산해봤다. 게임 한 판에 500W까지 올라가는 풀로드 컴퓨터를 1년 내내 쉬지 않고 돌린다고 치면, 30.8테라와트시는 그런 PC 70억 대를 동시에 켜두는 양이다. 지구 인구수만큼의 게이밍 PC를 최고 부하로 1년 내내 돌리는 셈이다. 방 한 칸짜리 취미의 스케일은 이미 넘어섰고, 지금 얘기하는 건 산업 설비급 규모다. IEA 집계를 봐도 흐름은 같다. 2025년 전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17%, 그중 AI 전용 데이터센터만 떼면 50% 늘었는데, 같은 기간 전세계 전체 전력수요 증가율은 3%에 그쳤다. 구글의 37%는 AI 전용 데이터센터 평균(50%)보다는 낮지만 데이터센터 전체 평균(17%)의 두 배가 넘으니, 구글이 유독 튀는 게 아니라 업계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가속하는 중이고 구글은 그 가속의 중간쯤에 있다는 뜻이다. 2025년치는 이보다 더 늘었을 거라는 게 이번 보고서의 요지다. 구글은 이 증가를 클라우드, 유튜브 스트리밍, 그리고 데이터센터 신축과 제미나이 같은 AI 제품 운영이 겹친 결과라고 스스로 밝혔다. 검색 하나로 먹고살던 회사가 지금은 발전소 걱정을 하는 회사가 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배출이 줄었다는 문장이 걸린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다만 "운영 배출"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고, 이 숫자는 구글이 재생에너지 구매량을 전체 전력 사용량과 연간 총량 기준으로 맞춘 결과다. 구글은 9년 연속으로 쓴 전기량만큼 재생에너지 계약을 채워 넣었고, 그 덕에 장부상 배출은 내려간다. 문제는 이 회계가 시간과 지역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 태양광 발전을 낮에 많이 사둔다고 해서, 텍사스 데이터센터가 한밤중에 쓰는 전기가 그 순간 청정에너지로 바뀌는 건 아니다. 실제로 예일대 e360 보도를 보면 텍사스 굿나이트 캠퍼스에서는 크루소라는 업체가 933메가와트급 가스발전소를 부지 내에 짓는 허가를 신청했다. 구글은 이 캠퍼스와의 협업은 인정하면서도 가스전력 구매 계약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방향을 말해준다. 이 발전소가 다 돌아가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5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샌프란시스코시 전체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

구글 전력사용 37% 증가와 운영배출·총배출 격차 도식

더 눈에 띄는 건 총량이다. MIT 테크놀로지리뷰 보도에 따르면 운영 배출은 2% 줄었지만, 공급망까지 합친 전체 배출량은 같은 기간 6% 늘었고 2019년과 비교하면 50% 넘게 늘었다. 이 숫자들을 나란히 놓고 읽다 보면 "배출이 줄었다"는 문장은 결국 "구글이 직접 사서 쓴 전기의 장부상 배출만 줄었다" 쪽으로 기운다. 반도체 제조나 서버 조립처럼 구글이 직접 통제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넣으면 그림은 오히려 나빠지는 중이다. 그러니 "그럼 12기가와트짜리 신규 계약이면 이 격차를 메우기에 충분한 거 아니냐"는 반론이 바로 나올 법한데, 그 답부터 짚고 넘어가자.

구분 2025년 증감 무엇을 기준으로 잰 숫자인가
전체 전력 사용량 +37% 실제로 그리드에서 끌어다 쓴 전기량. 시간·지역 구분 없음
운영 배출(Scope 1+2, 시장기준) -2% 연간 재생에너지 구매량을 총 전력사용량에 맞춰 상계한 장부상 숫자
총 배출(공급망 Scope 3 포함) +6%(2019년 대비 +50%) 반도체 제조·서버 조립 등 구글이 직접 통제 못 하는 영역까지 포함

이걸 두고 구글이 거짓말을 했다고 하긴 어렵다. 12기가와트 넘는 신규 청정에너지 계약을 1년 만에 체결했다는 건 실제 숫자고, 100% 매칭이라는 목표도 회계 기준을 공개하며 지키고 있다. 그런데도 놓치기 쉬운 게 있다. 계약서에 도장 찍는 일과 발전소가 실제로 돌아가는 일 사이에는 몇 년의 시차가 있고, 그 사이 AI 수요는 계약 속도보다 더 빨리 불어난다는 것. 내가 자꾸 다시 읽게 되는 문장은 따로 있다. 재생에너지를 계약하는 속도는 발표만으로 얼마든지 빨라질 수 있지만, 그 전기를 실제로 그리드에 흘려보내는 속도, 즉 발전소를 준공하고 송전선을 새로 까는 속도는 그렇게 안 빨라진다. AI 데이터센터는 부지 결정부터 가동까지 1~2년이면 되는데, 대형 송전망 하나 새로 놓는 데는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와 핵융합 발전 200메가와트를 미리 계약해뒀는데, 상용 핵융합로가 실제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시점은 대형 송전망 공사보다도 더 뒤로 잡힌다. 장기 해법을 준비하는 동안 단기 구멍은 결국 가스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격차를 메우는 임시방편이 결국 굿나이트 캠퍼스 같은 가스 발전이다. 탈탄소가 발표되는 속도보다 AI가 전기를 요구하는 속도가 더 빠르면, 어딘가는 화석연료로 그 틈을 메울 수밖에 없다.

그때 PC 폐열 계산하면서 얻은 결론이 다시 떠오른다. 규모가 안 맞으면 좋은 아이디어도 그냥 안 돌아간다는 것. 재생에너지 매칭이라는 회계 자체는 나쁜 도구가 아니다. 다만 그 회계가 감당할 수 있는 성장 속도와, AI가 지금 요구하는 성장 속도는 이미 다른 궤도에 올라선 것 같다. 앞으로 빅테크가 "우리 데이터센터는 탄소중립"이라는 발표를 또 낼 텐데, 그 문장 뒤에 운영 배출인지 총 배출인지, 연간 매칭인지 시간별 매칭인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숫자는 맞는데 계산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앞으로 점점 더 자주 보게 될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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