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가 미국 정부에 지분 5%를 주는 방안을 초기 논의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오픈AI는 지난 3월 8,520억 달러 기업가치로 투자 라운드를 마감했으니, 5%면 약 426억 달러어치다. 앤트로픽, 구글, 메타 같은 다른 미국 AI 기업들도 같은 방식으로 지분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가디언은 이런 거래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AI 붐이 만든 부를 대중과 나눈다는 명분으로 정치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고 짚었다.
이 제안이 오간 자리는 백악관이었다. 스페인어권 매체 엘우니베르살이 같은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전한 내용을 보면, 샘 올트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을 직접 만나 이 아이디어를 꺼냈다. 방식은 미국의 주요 AI 개발사들이 각자 지분의 5%를 "특수 투자 수단"에 넣고, 그 수단이 알래스카 영구기금처럼 주식에 재투자해 배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알래스카 영구기금은 알래스카주가 석유로 번 돈을 주식에 투자해서 그 배당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국부펀드다. 이 논의는 아직 "개념적" 수준이고 초기 단계라, 실제로 성사되려면 의회 입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이미 정책 문서에서, 앞으로 AI가 만드는 부를 대중에게 분배하려면 공공 또는 국부 펀드 같은 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4월 오픈AI가 직접 낸 정책 문서 Industrial Policy for the Intelligence Age에는 "공공 부의 펀드"가 금융시장에 투자하지 않은 시민에게까지 AI 주도 경제 성장의 지분을 나눠줄 수 있다는 제안이 이미 담겨 있었다. 이번 백악관 논의는 그 문서에 적힌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숫자(지분 5%)와 구체적인 그릇(알래스카식 기금)을 만난 순간인 셈이다.
이 아이디어는 완전히 새로운 발명이 아니다. 알래스카는 1976년부터 석유 수익 일부를 이 기금에 넣고, 매년 주민 1인당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2025년 배당금은 1인당 1,000달러로, 지난 10년 사이 가장 낮은 액수였는데도 그해 10월부터 60만 명 넘는 주민에게 지급됐다. 유가에 따라 액수는 오르내리지만, 자원 하나에서 나온 부를 공동 자산으로 관리해서 주민 전체에게 나눠준다는 발상 자체는 이미 반세기 가까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오픈AI 논의를 읽다 보면, 그 자원을 석유에서 AI로 바꾼 셈이라는 쪽으로 자연히 기운다. 다만 석유는 땅에서 캐내는 유한 자원이고, AI가 만드는 부는 데이터와 컴퓨팅,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그 재원의 성격 자체는 상당히 다르다.
| 구분 | 알래스카 영구기금 (1976~) | 오픈AI 제안 (2026, 논의 단계) |
|---|---|---|
| 재원 | 석유 판매 수익 | AI 기업 지분 5% |
| 조성 방식 | 주식 등에 재투자, 매년 배당 | "특수 투자 수단"에 지분 출연 (구체안 미정) |
| 배당 대상 | 알래스카 주민 전체 | 미국 시민 전체로 추정, 확정 아님 |
| 최근 실적 | 2025년 1인당 1,000달러 | 배당 계산법 자체가 아직 없음 |
| 법적 지위 | 주 헌법에 명시된 상설 제도 | 의회 입법 필요, 개념적 논의 단계 |
표를 보면 자연히 드는 의문이 있다. 그래서 오픈AI가 지분을 내놓으면 나도 배당금을 받게 되나. 지금 나온 내용만 보면 아니다. 대상이 "미국 시민 전체"인지 특정 계층인지조차 정해지지 않았고, 애초에 법으로 확정된 게 하나도 없다.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 얘기가 오갔다는 사실 자체는 무게가 있지만, 백악관에서 오간 아이디어가 다 법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이걸 순수한 선의로 읽으면 반쪽만 보는 것이다. 지금 워싱턴은 미국 AI 기업들을 꽤 세게 조이고 있다. 모델의 사이버보안 취약점을 문제 삼고, 값은 싼데 성능은 거의 따라온 중국 오픈소스 모델과의 경쟁을 근거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정부의 수출통제 지침에 따라 최상위 모델 접근을 아예 껐다가, 안전 우려를 해소한 뒤인 6월 30일에야 복구했다. 정부가 기업 지분을 갖는 그림도 이미 낯설지 않다. 미국 정부는 2025년 8월 인텔에 89억 달러를 넣고 지분 10%를 가져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5월 "더 큰 지분을 요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AI 기업 지분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일"이라며 미국인을 "이 혁명의 파트너"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올트먼의 5%는 이 공기 속에서 나온 숫자다.
회사에서 AI 안전·윤리 가이드라인을 준비하며 이런 산업 동향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그래서 이번 논의에서 눈에 띈 건 방향이다. 규제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마지못해 내놓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지분을 들고 먼저 백악관 문을 두드렸다. 위의 압박이 만든 선제 대응이라는 점에서 순수한 자발은 아니지만, 위에서 규제로 누르는 방식과 아래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 부를 나누는 방식은 결과가 비슷해 보여도 다르게 굴러간다. 다만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질문이 있다. 알래스카 기금은 석유라는 셀 수 있는 자원에서 나온 이익을 배당했는데, AI가 만드는 부는 정확히 무엇을 팔아서 생긴 이익으로 계산해야 할까. 그 계산법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게, 이 논의가 여전히 "개념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나는 의회가 지금 정권 임기 안에 이 제안을 법으로 만들 가능성보다, 오픈AI가 다음 투자 유치나 상장 논의에서 "우리는 대중과 부를 나눌 준비가 됐다"는 카드로 계속 꺼내 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음에 지켜볼 건 하나다. 이 얘기가 실제로 의회에 법안으로 올라가는지. 그게 나와야 "개념"이 "제도"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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